MLB 드래프트와 마이너리그 시스템 — 빅리그 가는 길
2025년 MLB 드래프트는 단 20라운드, 30개 구단 전체 보너스 풀 3억 5,000만 달러 규모로 치러졌고 전체 1순위 슬롯 값은 1,107만 5,900달러였습니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린다고 곧장 빅리그 무대에 서는 건 아닙니다.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4~5단계의 마이너리그 사다리를 오르며 검증받는 길고 치열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죠. 이 글에서는 드래프트 구조부터 콜업, 그리고 한국 선수의 MLB 도전 경로까지 '빅리그로 가는 길' 전체 지도를 펼쳐 드립니다.
드래프트 구조 — 20라운드와 경쟁 균형 라운드
2025년 MLB 드래프트는 20라운드로 진행되며, 1라운드 보상 픽 뒤에 '경쟁 균형 라운드 A', 2라운드 종료 후 '라운드 B'가 끼어듭니다. 이 경쟁 균형 픽은 수익·승률·시장 규모 하위 10위권 구단에 부여되며, MLB 드래프트에서 유일하게 트레이드가 가능한 픽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2025년에는 15개 구단(A 8팀·B 7팀)이 이 추가 픽을 받았습니다.
보너스 풀과 슬롯 값 — 돈으로 짜는 퍼즐
상위 10라운드 각 픽에는 정해진 '슬롯 값'이 매겨지고, 구단의 픽 슬롯 값 합계가 곧 그 구단이 쓸 수 있는 보너스 풀입니다. 11~20라운드는 선수 1명당 15만 달러까지는 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구단은 한 선수를 슬롯 이하로 싸게 잡아 아낀 돈으로, 대학 진학을 저울질하는 고교 유망주에게 슬롯 이상을 제시하는 식으로 퍼즐을 맞춥니다. 풀을 5% 초과하면 픽 박탈 페널티가 따릅니다.
드래프트 자격과 대상 — 누가 뽑히나
MLB 드래프트는 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 출신의 고교 졸업생과 대학 선수가 주 대상입니다. 고교생은 졸업 직후, 4년제 대학생은 보통 만 21세이거나 3년을 이수한 뒤 자격이 생깁니다. 2025년 전체 1순위 일라이 윌리츠는 고졸 유격수로 약 82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는데, 이처럼 어린 고졸 선수는 잠재력에, 대학 선수는 완성도에 무게를 두고 평가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이너리그 사다리 — 루키부터 트리플A까지
드래프트 직후 대부분은 마이너리그 맨 아래 칸부터 시작합니다. 루키리그는 6월 드래프트 이후 개막하는 첫 무대이고, 그 위로 싱글A(로우A)·하이A·더블A·트리플A가 차례로 놓입니다. 2021년 재편으로 산하 구단은 160개에서 120개로 줄었고, 현재 14개 리그·120개 팀이 4개 등급으로 운영됩니다. 트리플A는 빅리그와 가장 가까워 베테랑과 정상급 유망주가 뒤섞이는 무대입니다.
더블A — 진짜 유망주를 가르는 분수령
마이너리그 안에서 가장 큰 도약으로 꼽히는 단계가 바로 더블A로의 승격입니다. 빠른 공과 정교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 빈틈을 파고드는 타격 접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여기서 살아남느냐가 '진짜 유망주'를 가르는 시험대가 됩니다. 더블A는 동부·남부·텍사스 3개 리그 30개 팀으로 구성되며, 많은 구단이 트리플A를 건너뛰고 더블A에서 곧장 빅리그로 콜업할 만큼 검증의 핵심 구간으로 봅니다.
콜업과 40인 로스터 — 빅리그 문을 여는 열쇠
마이너 선수가 빅리그에 오르려면 먼저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40인 안에는 현역 26인과 콜업 대기 유망주가 포함되며, 이 자리에 들면 더 높은 연봉과 선수노조 가입, 그리고 콜업 자격이 따라옵니다. 빅리그에서 뛴 일수는 '서비스 타임'으로 쌓이고, 이는 훗날 연봉 조정·자유계약 자격으로 이어지기에 구단과 선수 모두 콜업 시점을 민감하게 저울질합니다.
Rule 5 드래프트 — 유망주를 묵히지 못하게 하는 장치
1965년 도입된 Rule 5 드래프트는 구단이 재능 있는 선수를 마이너에 묵혀 두는 걸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18세 이하에 입단한 선수는 5시즌, 19세 이상은 4시즌 안에 40인 로스터로 보호하지 않으면 다른 구단이 10만 달러에 데려갈 수 있습니다. 단, 데려간 구단은 그 선수를 한 시즌 내내 26인 현역 로스터에 둬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원소속팀에 5만 달러로 되돌려줘야 합니다.
한국 선수의 MLB 도전 — 포스팅과 국제 아마추어 두 갈래
한국 선수의 길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KBO에서 7시즌 이상 뛴 선수는 '포스팅'으로 도전하는데, 공시 후 30일간 협상 창이 열리고 KBO 원소속팀은 이적료(보장액 첫 2,500만 달러의 20% 등 구간별 비율)를 받습니다. 류현진·김하성이 이 길을 밟았죠. 반면 만 25세 미만이거나 프로 6시즌을 못 채운 어린 선수는 MLB 규정상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 신분이라, 정해진 국제 보너스 풀 안에서만 계약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기로 따라가기
드래프트 데이의 한 통화로 시작된 여정이 루키리그 흙먼지를 지나, 더블A의 분수령을 넘고, 마침내 트리플A에서 콜업 전화를 기다리는 장면까지 — 이 사다리를 한 칸씩 따라가는 것이 마이너리그 관전의 진짜 묘미입니다. 좋아하는 구단이 1라운드에서 점찍은 유망주, 혹은 포스팅으로 빅리그 문을 두드린 한국 선수의 이름을 기억해 두고 마이너 박스스코어를 들춰 보세요. 오늘 더블A에서 홈런을 친 그 타자가 몇 년 뒤 빅리그 데뷔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분은 '내가 처음부터 지켜본 선수'라는 가장 깊은 응원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겁니다.